아이들도 앓는구나
<아이들도 앓는다>
우연히 방에서 아이의 다이어리를 보았다.
"... 죽고싶다,"
"친구들이 보고싶다. 이럴 때는 엄마가 아픈 것이 밉다 ㅠ.ㅠ"
아이는 엄마앞에서는 힘든 소리를 좀 참아달라는 내 부탁에
아예 나 까지 포함해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혼자 삭히고, 혼자 해결하고, 혼자 앓으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대견하게 잘 견뎌준다고 좋아만 했다.
아이는 견디다 힘들 때면 학교 친구들과 풀어내면서 5년 세월을 살아냈다
최근 힘들면 친구를 만나던 생활이 뚝 끊어졌다.
엄마의 병원생활 때문에 이곳 청주로 고등학교 진학과 이사를 한 것이
아이를 더 힘들게 하나보다.
그런데 그 쌓인 무게가 어디로 갈까?
바람처럼 무지개처럼 스르로 사라지게 하기에는 아직 어린데...
모른척 내 속에 담고 돌아온 병원에는 또 다른 혼자 속앓이 하는 여자가 있다.
내 사랑하는 두 여자 중의 한 명, 아내.
마음만 아니라 몸도 끙끙 앓으며 차마 입밖에 말도 안꺼낸다
"죽고 싶다..."고,
이 여자는 친구도 없다.
오지도 가지도 못하니 하나 둘 모두 왕래가 끊어지고 나 밖에 없다.
그런데 나도 들어줄 여유가 없다.
"아이를 도로 충주로 보내버릴까? 아이가 힘들데, 친구도 없어서..."
아내는 얼굴표정이 바뀐다.
적응을 해줄때까지 안기다리고 도로 원점으로 보낸다니 속상한거다
나도 안다. 그러면 끝도 없고 더 복잡해져서 감당 못할거라는 거,
하지만 아이가 '죽고싶다'는데, 친구도 없고,
엄마 아빠에게는 힘든 말도 못하고 쌓는다는데,
'아... 아이들도 앓는구나, 사는 문제가 얽히면 죽고 싶어하는구나 ㅠ.ㅠ'
덩달아 나도 앓는다.
해는 중천에 뜨고 날씨는 밝고 포근한데도
내 눈앞에는 비바람 불고 어둡고 찬기운에 으슬해진다.
나만 겪는 보이지 않는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