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수정용 - 푹 쌓여서 주사맞고 온 날

희망으로 2013. 3. 7. 09:45

아직도 남았다. 오전11시부터 시작했는데... 

예정은 오후 4시면 끝날줄 알았는데 한시간은 더 걸리겠다. 

꼬박 6시간, 

6개월후에는 또 맞아야 한다

그러면 한시간이 한달을 막아준다는 계산? ㅜ.ㅜ






아침 일찍 출발하면서 자동차 안에서 기도를 했다.

'오늘도 무사히, 평안히 다녀오게 도와주세요 아멘!'이라고...


휴게소도 들르지않고 두시간이 넘도록 바로 달렸는데도 수납창구에는 사람들이 밀렸다.

대기자가 30명, 


"다른 처방이 없는데요?"

"그럴리가요? 오늘 항암주사 맞으러 온건데..."

보험 적용을 못받는 약이라 200만원 가까운 주사비를 6개월 할부로 내려고 카드를 들고 있는데,

수납 여직원은 3500원짜리 수납만 있다고 다시 나에게 물어본다.


원래 약값은 넉넉히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방을 마련하느라 전세보증금으로 모두 털어넣고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귀하게 마련해주신 전세보증금을 보존하기 위해 1년을 월세로 사용한 300만원을 채우고, 

전세보증금과 병원비로 모금해주신 금액의 십일조도 목돈이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유혹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십일조도 큰 금액이 되면 시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경험이었다.

거기에 예전에 큰아이에게 빌려쓴 등록금 250만원을 갚아주고 나니 

통장이 바닥이 나고 말았다.


이곳 주변의 전세금이 워낙 비싸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강남의 100평 타워팰리스보다 귀한 보금자리가 마련되었다.

순전히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주신 사랑만으로...


신경과로 전화를 해서 물어보던 수납여직원은 담당의사선생님께로 가보란다.

카드를 손에 덜렁 들고 신경과로 갔다.

선생님은 나를 앉히고 물어보셨다.


"약값은 준비가 되었나요?"

"...사실 좀 준비를 했었는데 아이들 방을 마련해주느라 부득히 사용하고, 6개월 할부로 결제하려고요"


선생님은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사실 기부를 받은 약이 좀 있어서 일부를 드릴려고 미리 처방을 안해놓았어요. 나머지만 수납하세요"

"그래도 되나요? 저희만 자주 도움을 받아서 염치가 없어서요..."


600미리, 약 200만원의 비용중, 500미리를 기증받은 약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100미리,

32만원만 수납창구에 지불했다.

세상에 이런 예상도 기대도 안한 일이 우리에게 생기다니!





아내와 같은 병을 가진 분이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주사맞으러 간다고 들었는데 지금쯤 맞고 계시겠네요? 하면서 밥값을 넣었단다.

내려갈 때 따뜻한 밥 꼭 먹고 가란다. 

같은 환자이면서 자주 그런다. 좀 형편이 나은 처지라고...


갈말의 식구 한분이 그 병원에 근무하시는데 주사실로 오셨다.

빵이랑 쥬스랑 쇼핑백에 묵직히 담아서, 

차 한잔 사겠다고 했더니 도로 사주셨다. 한시간 가까이 신앙의 교제를 나누었다.

지난날 고비를 넘기면서 지금 다져진 서로의 상태를 감사하면서!

내려오는 길에는 기어이 차량 연료비를 봉투에 담아서 손에 쥐어주고 잘 내려가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전화가 한 통 왔다.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잘 끝나기는 했는지를 물어보신다.

우리보다 더 심한 상태의 아내를 돌보는 목사님이신데...


오늘은 종일 주의 돌보심에 푹 쌓여서 하루를 보낸다.

먹을 것과 오가는 비용과 약값까지 아침에 출발할 때만해도 전혀 예상도 계획도 없던 일들인데

종일토록 준비해주신 사랑에 감동받으며 감사하며...


기숙사로 밀어넣고 사흘을 넘기면서 보고싶던 딸아이마저 보게 해주셨다.

저녁 7시에 학교 정문앞으로 와서 보자는 공중전화가 왔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밤 학원가는 학생만 내보내주는데, 

학원 안가는 딸을 딱 한번 잠시 외출을 허락하셨단다.

이런 횡재~~ 딸이 아니고 내게!






이렇게 완벽한 애프터까지~~

좀 멋진 하나님!

몸은 녹초가 되고 고단하지만 힘든 중에도 마냥 감사하다.

비밀리에 준비해두신 깜짝 돌보심에 종일토록 감동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