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기사 - 희귀난치병 안정숙 인터뷰(2013.2.12)
<아내의 경향신문인터뷰 – 복지논란 유감...>
오늘 경향신문(2월12일 석간)에 아내의 희귀난치병 투병에 관련된 기사가 나왔습니다.
희귀난치병협회를 거쳐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에서 소개를 받아서 오셨지요.
설 전날인 금요일 병원으로 와서 인터뷰해가시고 바쁘게 작성하셔서, 명절이 끝나자 바로 나왔네요.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신문사 검색을 해보았더니... 세상에, 아직 지면인쇄도 안된 기사에 4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더군요. 문제는 치고 박고, 갑론을박, 마치 싸움판 같은 분위기의 글들이 많더군요.
심지어는 우리가 ‘희귀난치병을 포함한 4대 중증 비용을 국가가 부담’이라는 그 공약을 간절히 바랐고, 지금 발표되는 3가지(간병비,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부분제외에 실망이 크다고 하니까 오해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가족이기주의에 빠져서 혹해서 지금의 당선자에게 표 찍어주고 팽 당했다느니, 국가예산으로 펑펑 퍼주기를 바라느냐? 비난성까지...
사실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누가 당선되고 누가 떨어졌는지는 이미 지난 일이지요. 앞으로 살아갈 구체적인 결정들에 연관되지도 못하고, 누가 공약을 했던 누가 집행하던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들의 감당못할 불행을 보호하고 돕는다는 것입니다. 누가 자기 개인돈으로 복지 공약을 집행하는 것도 아닌데...
약속은 지켜졌으면 좋겠고,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대상에 사람들의 고통과 파괴를 외면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자기에게 닥치지 않았다고, 자기 가족은 괜찮다고 욕설에 가까운 비난이나 편파적 주장은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짜로 악한 가족이기주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기도 합니다.
- 기사의 내용입니다.
ㆍ남편 김씨 “월급 200만원에 간병비는 300만원, 결국 직장 그만둬”
지난해 12월 어느 날이었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안정숙씨(45·여)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TV를 타고 그의 귀로 전해지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18대 대선 후보의 말은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은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안씨는 박 후보 공약집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박 후보는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인’이 된 박 후보는 말을 바꿨다. “국가 지원 대상에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1~4인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8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만난 안씨 부부는 절망했다. “3대 비급여 부문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우리 같은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2008년 5월. 딸의 생일날 안씨는 목 부분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동네 병원 의사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대학병원을 거쳐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4개월 만에 밝혀진 병명은 다발성경화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병으로 면역체계가 신경을 파괴해 근육과 장기를 마비시키는 질환이다.
“수시로 사지가 마비돼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던 날이 많았습니다. 시신경이 파괴돼 이미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에 가깝습니다. 우울증까지 겹쳐 자녀들이 죽는 환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0여가지 합병증이 겹친 결과였다. 의사는 내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진통제 양을 줄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안씨는 “마치 감전되는 듯한 고통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통 때문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수십번씩 되뇌었습니다.”
옆에서 안씨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 김재식씨(53)는 “ ‘아내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수 있겠지’라며 자살할 만한 곳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5년 전 직장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안씨에게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 가진 건 많지 않아도 이 가정에는 웃음이 늘 넘쳤다. 하지만 안씨가 병을 얻은 지 1년도 안돼 이 가정은 ‘빚쟁이’가 됐다. 안씨는 치료비로 쓴 1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을 팔아 마련한 2000만원과 형제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김씨는 “일산의 한 병원에 3개월간 머물면서 200만원짜리 항암주사를 5번 맞았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유발전이검사, 혈장교환, 세포추출 등 30만~50만원에 달하는 각종 검사를 15차례 했다”고 말했다. 검사비는 모두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았다.
안씨는 “하루 자고 나면 300만원, 또 하루 자고 나면 500만원꼴로 치료비가 나갔다”며 “돈이 손으로 쥐어지지 않는 모래처럼 빠져나가 5000만원 쓰는 게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치료비 때문에 유망주였던 막내딸은 양궁을, 둘째아들은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남편 김씨는 2009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간병인 비용을 부담할 수 없었다. 대소변까지 돌봐줘야 하는 중증환자의 하루 간병인 비용은 10만원. 김씨는 “월급 200만원인 내가 300만원짜리 간병인을 둘 수 없어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희귀난치병 질환자로 등록돼 외형상으로는 진료비의 95%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지원에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김씨는 “해당 분야의 전문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는 선택진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 마다할 수 없다”며 말이 ‘선택’이지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상급병실료도 마찬가지로 사실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안씨는 “병원에서 비어 있는 5~6인실이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2인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 가족은 현재 매달 국가에서 지원받는 간병인비 30만원과 장애인 수당 15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여기에 환우회나 지인들이 가끔씩 도와주는 것에 매달리고 있다. 안씨는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동네 재활병원의 8인 병실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 ‘항암주사를 맞아야 된다’는 말을 들어야 할지 두렵다. 주사투여 시기를 놓치면 신체장기는 영구 마비가 된다. 200만원짜리 항암주사를 맞는 것이 예정되면 남편은 며칠간 돈 빌릴 만한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안씨 부부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병이 완치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 당선인의 공약이 실현되는 것이다. 안씨 부부는 “오래전에 치료비는 이미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게 됐다”고 했다.
이 기사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