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무대뽀의 감사, 눈물...
<하루살이의 무대뽀 감사, 눈물>
돈 벌러 멀리 떠난 막내 딸아이가 소식이 없다.
거의 독립군이 다 되어가거나 자립하는 모양이다.
아내는 다들 그렇게 연락도 없이 잘 지내주는 아이들이 서운한가 보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나? 방목하고 자립하라고 부추겼는데...”
세상을 누빌 새 주인들이 밀고 올라오는 만큼 우리는 밀려간다.
그래도 무섭지 않다. 오히려 기쁘다.
더 행복하고 더 오래 갈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날이 가까워진다.
수십 년은 너무 복잡하고,
일 년도 보장은 못하겠고
일주일치도 생각만 해도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거워,
딱 하루만! 오늘만!
그렇게 자꾸 살다보니 단세포가 되어간다.
왜 만나를 하루치만 주셨는지,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 했는지,
하나님의 심정이 이해간다.
고맙다 그 본질을 알고 베푸시는 사랑이~~
어긋나거나 몰래 살아갈 방법도 없고,
그 길이 가져 올 감당 못할 음침한 결과들도 감당 못하겠고
그저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쌓인 무슨 힘겨움이 있었던걸까?
가끔씩 서럽고 울컥 눈물이 차서 넘치려고 해서 당황스럽다.
죽음의 두려움도, 이것 저것 해결해야할 삶의 숙제들도,
알게 모르게 불분명한 불안과,
투병을 지켜보는 고된 반복의 고통도
그저 하루치만 감수한다고 다짐하는데도 말이다.
“세상의 친구는 좋을 때 뿐이요
세상의 친구는 이 땅에서 뿐이라
예수는 내 친구...“
치료실 오후 아내의 다리를 주무르다 들려오는 이어폰의 찬양이
목을 메이게 한다.
이상도하다. 가슴에서 출발한 눈물 한 자락이 눈시울을 핑! 뜨겁게만 하곤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 간다.
내 몸의 구조가 이상해진 건가?
곁의 아무도 눈치 못 채고 나는 울음 운다.
슬픔도 비관도 아니고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찬 평안의 눈물이...
프란체스카가 하늘의 구름만 보고도 울고,
새들의 노래만 들어도 울었다더니 그 마음이 이랬던걸까?
아무 소용도 없이 도움만 받고, 소멸해가는 중의 세월이지만
괜찮다. 다 괜찮다.
누구나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살다가 돌아가면 나무라지 않으실
하나님나라, 그 분이니까!
내가 내게 주는 한편의 격려문을 끄적거려본다.
<나는...>
나는 지렁이다.
배를 땅에다 깔고 꿈틀 꿈틀 거리며 앞으로 기어가는
나는 달팽이다
다섯 배나 되는 짐을 등에 지고 엉금엉금 가야만 하는
누가 나를 가볍다 비웃을 건가
누가 무게를 달아서 가벼운 생명이라 할 건가
다 태우고 난 재로 말하지 마라
재가 많다고 귀한 생명 아니고
재가 곱다고 깨끗한 존재 아니다.
무더기로 핀 꽃이 더 아름다운 거 아니고
큰 꽃이라고 더 아름다운 거 아니고
왕의 궁전에 피어야 귀한 꽃 아닌 것처럼
길 가에 핀 작은 꽃이라도
비바람 다 맞고
어둔 밤 다 견디어 아름다운 법
나는 살아서 열심히 종착지를 향하는
귀한 생명
누군가를 단 한번, 남몰래 기쁘게 하는 꽃>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절반을 넘어 가고 있다.
내 앞의 진탕 길도 배로 쓰윽 밀고 가는 뻔뻔함,
내 역량보다 다섯 배는 무거울 가장의 책임도 엉금거리며 가는 무대뽀!
그래도 내가 귀하다고 기뻐서 춤을 추는 분 앞에서
나는 재롱부리는 작은 꽃! 이라고 으쓱! 어깨 힘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