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내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잘 살거라

희망으로 2013. 1. 11. 09:43

<내 걱정 말고 우야든둥 잘 살거라>


병실에 새로 환자 한 분이 오셨다.

칠순이 넘으신 할머니, 

간병을 맡으신 아주머니 한 분과 창가 자리로 왔다가 

추워서 우리 옆 침대로 옮기셨다.


틀니가 안맞는지 자꾸 빠져 음식을 못 잡수시고 

입에 잔뜩 넣었다가 도로 뱉어 놓고, 

그 통에 간병하는 분이 식사를 거의 못하신다.


더 큰 문제는 파킨슨 병이 온건지 종종 걸음에다가

치매의 초기증상까지 얼핏 보이신다.

날마다 변이 새나와서 기저귀를 차도 옷이랑

침대시트를 갈아야 한다.


미안해 쩔쩔 매시는건 그 할머니가 아니라 

간병 맡으신 아주머니...

아내도 몇 년을 병실에서 그렇게 일을 보았다.

그 심정 십분 이해하고 안되었다.


그 자녀들이 날마다 한 번씩 온다.

주말에는 교대로 간병인을 쉬게 해드리고,


오늘은 멀리서 딸이 왔다.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왔다는데 밥을 못 먹어서

오자마자 밥 먹으러 갔다.


"얼른 가서 밥 먹어라,

내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잘 살아라."


울 어머니도 마지막 3년을 저렇게 보내셨다.

울산 시립병원에서 수발을 받으며

가지도 못하고 전화만 하면 그러셨다.


"내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잘 지내거라"


파킨슨에 결핵에 위암에 초기 치매까지 앓으면서

내 걱정을 하셨다.


하나님이 그러신다


"니도 온갖 걱정은 말고 우야든둥 평안하게 살거래이, 나만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