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고?>
“...뭐야? 두 시간 밖에 안 되었잖아? 씨...”
흔들어 깨우는 아내의 손길에 부스스 졸린 눈으로 본 시계는 2시 40분...,
바로 좀 전에 소변을 뺀 게 12시 40분이었으니 딱 두 시간 만의 또 호출이었다.
‘아, 마의 새벽 2시 40분....’
그랬다. 이게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캄캄한 상태에서 졸린 상태로 넬라톤(소변빼는 일)을 하다가 소변통이 쏟아져 목욕과 침대시트 갈기를 한 적도 있었고, 지금처럼 달아나버린 잠 때문에 뒤척이다 쓰린 속을 달래느라 컵라면을 먹기도 여러 번 했었다.
‘에이, 안여사! 좀 너무 하지? 두 시간 만에 금방 또 깨우는 건... 그것도 새벽 2-3시 사이가 얼마나 깊이 잠에 덜어질 시간인데 말이야’
말은 못하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처리를 끝냈다. 뭐, 하루 이틀 경력도 아니고 벌써 5년차이니 솔직히 반쯤은 눈이 감긴 채로도 마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나무에서 떨어질 수도 있지만~~
기저귀를 다시 채우고 바지를 올려주고선 문득 이 속담이 스쳐간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그래, 이 새벽 2시 40분에 어디 떡 하나 먹어봐라! 이게 신날지 고역일지 모르지만~~히히!”
다리를 쭉쭉! 눌러준다. 아기들 키울 때 두 다리를 쭈욱! 쭉! 눌러서 펴주면 장딴지에 힘을 세게 주면서 길게 쭉~ 펴곤 했었다. 아내도 자면서 스스로 다리를 오무렸다 폈다 하지를 못해 답답해진 다리가 마치 나무토막처럼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면서 쭉!쭉! 펴진다. 부르르 떨면서... 가끔 생각나면 해주는 뒷 서비스다.
‘미운 놈....’
정말 미운 놈일까? 아내가? 때론 야속하다. 얼마나 졸린데 짧은 간격으로 한밤중에 두어번 연달아 깨우기라도 하는 날이면, 하지만 참다 참다 나를 깨우는 아내는 오죽하면 그럴까, 생각이 미치면 그저 허공에다 투정을 부린다. ‘에이~~ 고약타!’라고,
어느 존경하는 분이 우리를 ‘국가대표’라고 부르셨다. 남들에게 그렇게 소개도 하셨다. 멋도 모르고 속없는 나는 으쓱했다. ‘국가대표’라니~~ 고난을 참고 견디면서 판을 깨버리지 않고, 험악한 욕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다는 기특한 가정이라고,
게다가 한 발 더 나가 성경에서 말한 ‘남편들이여 아내에게 그리스도가 교회를 위해 목숨을 내준 것처럼 하라!’는 종과 노예의 자세로 살라는 실천을 감당하는 괜찮은 신앙인의 대표라고 나를 칭찬까지 해주셨다. 세상에, 그 뒤에 따라오는 감당해야할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죽어나는지도 모르고 한 순간이나마 뿌듯해 하다니...
그래서 이런 순간에도 입밖으로 나오려던 원망이 속으로 도로 기어들어간다. 칭찬 들을 때는 언제고 조금만 힘들면 야속타, 밉다 힘들다 타박을 해? 그런 마음에,
“아이고, 여보, 나 큰일났네, 이제 남들에게 마누라 모시는 종이라고 다 말해놓았으니 성질도 못 내고 생색도 내기 틀렸다...”
그런데 착한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화나면 화난다고 해도 된다고 했잖아! 풀고 살아!”
역시 사람이 막다른 벽에 막혀 죽으란 법은 없다. 주인치고 괜찮은 여주인을 만났다! ^^*
(그래도 새벽 3시경에 잠깨서 이런 글 쓰는 일은 제발 좀 줄었으면 좋겠다 흑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