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년만에 배달된 신명기 8장 편지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형편이 좋을 때만 고맙다 하고,
형편이 좀 안좋아진다고 얼굴색이 바뀌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사실은 그런 사람인줄로만 알았지요.
마른 먼지 바람이 입으로 들어가고
거친 돌밭길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그런 고생길 펼쳐진 광야로
발 들여놓기 전까지는 그랬지요
어깨 힘주고 코웃음치면서...
짙은 먹구름 몰려오고 비바람 불더니
한방 태풍에 광야로 날아갔지요.
영락없는 피난민 꼬라지가 되고
누추하며 귀티라고는 바늘만큼도 안남았지요.
배고프고 춥고 목마르고,
천한 막장인생처럼 곤두박질 치고서야 알았지요.
형편이 좋아서 그럴듯하다가
형편이 안좋아지니 사람이 변하더라는...
고상하게 아멘! 하기가 힘들다는걸 알았고,
여유있게 흥얼거리며 찬양도 힘들다는걸 알았고,
이것저것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드리기 참 힘들다는걸...
한 두해도 아니고
하루중 잠시 잠깐도 아니고,
마치 사십년 같은 세월은
폼으로 꾸며 살기엔 너무 긴 시간입니다.
그런데 또 몰랐습니다.
그 도망다니고 망하는 중인줄만 알았던 세월에도
굶어 죽지않고 벗고 얼어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가 자식을 혼낸다고 굶겨죽이겠습니까?
발가벗겨 얼려죽이겠습니까?
단지 야단치기만 하는것처럼
우리의 아버지도 우리에게 그리하시는걸 몰랐지요
날 죽일거냐고 때마다 따지고
힘들때마다 못믿겠다 했었는데...
이제 또 모르면 큰일날 한가지가 남았습니다.
살다보니 그럭저럭 지낼만해지고
좀 여유가 생긴 후 닥칠 위험입니다.
내 능력으로, 내 힘으로 남들보다 잘나가는데
굳이 하늘향해 징징거리거나 꼬박꼬박 감사할 필요있나?
그게 몰라서 파는 마지막 무덤입니다.
좀 세상살이가 나아지면 보이는 것들에 더 의지하고,
계산에 더 신뢰를 주면서 가까이 하기 시작합니다.
그 시건방을 보다못한 분이
여지없이 거두어가는 손길을 폅니다.
우리 뿌리에서부터 몸통으로, 꽃과 열매까지 쓸어갑니다.
끝내는 딛었던 땅의 자리까지 흔적없이 치워버린다고 하십니다.
그런일 없게 기억하며 살면
우리 딛고사는 자리와 오늘이 평안하답니다.
이상이 어제 받은 신명기 8장 편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