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빼기와 더하기로 보내는 하루치 세상살이

희망으로 2012. 10. 5. 09:07

하나씩 빼면 제로,

하나씩 더하면 만땅이 되는 세상살이!



"이건 들큰 해서 못 먹겠어..."

"그럼 이 총각김치는?"

"씹는 것도 힘들고 귀찮아..."


아침 밥상은 언제나 고역이다. 고기나 생선은 아예 제쳐놓고, 속에서 받지 않는다고 된장국에 김치 마져도 외면한다. 간신히 열무김치, 그것도 국물만 두어 번 떠먹는 게 식사 끝이다. 어느 개그맨의 멘트처럼 약을 빈속에 먹을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인냥...


밥을 맛이나 시장끼로 먹는 게 아니라 머리로, 생각으로 먹어야하니 오죽할까? 그 앞에서 마주앉아 먹어야하는 나는 어떻게 하라고.

아침 밥상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바깥 날씨가 너무 파랗고 시원하고 좋아서 휠체어에 태우고 잠시라도 나갈라치면 추워서, 어지러워서, 다리가 저려서...’ 거기도 많은 장애물이 나타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살이에서 싫다고 하나씩 빼기를 하면 마침내 뭐가 남을까?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그러다보면 남을게 아무것도 없을 거다. 먹는 음식도 그렇고, 미운 사람도 그렇고, 불편한 게 한두 가지씩은 있는 병원도 그렇고...


그 속에는 나도 포함이 된다. 난들 언제나 24시간 내내 아내가 사랑스럽기만 할까? 이렇게 나를 김 빼고 지치게 하는 아내의 증상들이 때로는 싫어지고 지겨워진다. 이러다 아내 자체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렇게 하나씩 빼기를 해나가다 제로가 되고 마는 어느 날이 올까봐 두렵다.


나는 뭐 잘한 게 있나 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건강과 다음 세상의 믿음을 주신 하늘의 아버지가 감사하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고마운 것들을 더하다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감사해져버렸다. 이런 셈법도 있었다니!

하나씩 더하기를 하다보면 가득 차는 마음, (滿)!이 된다. 오늘도 빼기와 더하기의 줄다리기 씨름으로 출발해서 밤이 되고, 하루를 마칠 때면 제로가 될지, 만이 될지 모르겠다.


오늘은 제로가 되어도 내일은 만이 되게 해주시면 좋겠다. 그 열쇄는 사실 내 마음주머니에 들어 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