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데...

희망으로 2012. 9. 15. 19:22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데...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이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보면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겉모습은 똑같고, 같은 솥밥을 먹고,
같은 의사에게 같은 치료를 받으면서, 심지어 같은 병인데도...

가끔 그 분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납니다.
언쟁을 넘어 주먹질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심한 표현도 오가고 어느 쪽에서는 통곡도 하게 됩니다.
주위에서는 전후 사정을 듣지 않고도 대뜸 압니다.
누가 소위 말썽이고 누가 경우 바른 소리를 했을 지를!
오랜 시간을 한 건물 안에서 보낸 결과입니다.

아프기 전에도 원래 그랬었는지, 아픈 후유증으로 그렇게 된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생각이 좀 짧고, 판단력도 떨어지며,
다른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거나 속을 뒤집기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총명하고 조리 있게 말을 잘하고, 사교성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파워 있는 환자도 있습니다.

한사람이 구석에 가서 웅크리고 엉엉! 눈물 콧물 흘리며 
울어대는 모습을 보면 당할 짓을 해서 당했다고 알면서도 딱해집니다.
‘그래도 저 사람도 누군가의 하나밖에 없는 아내였고,
누군가는 죽지 않고 신생아에서 청소년으로 살아나는데 
절대적 역할을 했을 엄마였을건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미어집니다. 
딱하기도 하고 사람의 생명이라는 불완전한 긴 인생이 서럽기도 합니다.
왜 이런 상황이 병원 안에만 있겠습니까.
직장에서도 마을에서도, 혹은 신앙의 공동체 안에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울 세명의 아이들은 같은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보증할 수 있으니 아내는 당연히 보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 아이들은 다른 점이 너무 많습니다.
두 명은 아들이고 한 명은 여자라는 성별은 제쳐놓고도 말입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취향도 그렇고,
감정표현의 방식, 나가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집안에 있기를 좋아하는 것,
생김새만큼이나 다른 성격 등, 어느 집이나 자녀들이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서 둘을 섞어서 다시 나누었으면 좋겠다! 는
말도 안 되는 푸념 비슷한 소원을 듣기도 합니다.
정말 왜 그럴까요? 같은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같은 나라에서, 
환경조차 비슷한 상태에서 태어났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도 그런 마술 같은 소원을 가끔 꿈꾸기도 합니다.
다시 섞어서 반으로 나누어 중간 어디쯤에서 똑같이 되었으면 하는,

그러나 사실은 정확히 따져보니 어느 한 가지도 같은 게 없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한 사람 한 사람도 결코 같은 상태가 
되풀이 되는 경우가 없습니다. 
비슷하게는 보이지만 화를 낼 때도 예전 화를 낼 때와는 다릅니다.
학습효과로 더 교활하고 복잡하게 화를 내던지,
쌓여서 더 크게 대책 없이 망가지며 화를 내던지 결코 같지 않습니다.

같지 않은 두 사람만이 아니라 시간도 같은 반복은 영원히 한 번도 없지요.
또한 장소도, 주변도, 바람도 햇빛도, 심지어는 키우면서 대하는 
부모도 같지 않은 마음으로 자녀를 키우니 똑 같을 수가 없지요.

우리가 같은 장소에, 같은 사람과 비슷한 계절 비슷한 시간대에 
둘이 앉아있어도 같은 순간은 영원히 만날 수 없습니다.

‘모든 풍경은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다!’  

왜 일생만이겠습니까. 영원으로 따져도 딱 한 번 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의 풍경은...

아내가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느낄 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한명 밖에 없는 귀중한 사람과 살고 있어!”

제가 없어지고 아무리 비슷한 사람을 찾아 헤메어도 
저 같은 사람은 다시는 없습니다.
제게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도 다른 데
하물며 다른 부모, 다른 땅에서야 더 없을 수밖에...

요즘 날이 새고 날이 저물 때까지 번번이 들려오는 뉴스가 험악합니다.
누가 어디서 누구를 성폭행하고, 어떻게 죽여서 암매장하고,
누가 누구를 괴롭혀서 참다못한 사람이 목을 메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만약 상대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희소가치를 가진 소중한 사람이고,
누군가에게는 이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다시는 못 찾는 
귀한 단 한사람이란 걸 생각했다면 그러기가 쉬웠을까요?
그렇게 해서 망가지는 자신도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했다면 주저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똑같기를 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나님이 이유가 있어서 다르게 한 걸 제가 같게 할 자격도 없지만
같은 사람, 같은 순간, 같은 풍경이 많다는 것은 소중함이 줄어듭니다.
마치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물건처럼,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을 거푸하는 환자도 다르게 보입니다.
야단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귀하게,
힘들게 사는 우리 모두도 비록 겉모습은 성공과 실패로 나뉜 부류 같고,
더 행복하거나 덜 행복해보이지만 다 소중한 하늘의 자녀들입니다.
70억 인구가 있다면 모두가 70억가지 중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들입니다.

천국에 가면 지상의 관계나 기억, 소유들은 다 사라진다고 합니다.
비록 이 땅의 삶으로 인한 벌이나 상은 있을지 몰라도...
그래서 이 세상의 삶은 단 한 번 밖에 없는 사람들과 
단 한 번만 경험하는 순간들로 이어지는 단 한번의 풍경입니다.

함부로 가볍게 여기지 말고 귀하게, 너그럽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