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검사결과가 온 날, 먹구름은 다만 햇빛을 가릴 뿐...

희망으로 2012. 6. 21. 20:47

어제 멀리 경기도 일산으로 검사와 진료를 다녀오고서 늘어져 지내는 중입니다.
입맛도 없는지 종일 평상시 식사량을 못 먹고 좋아하던 반찬이 나와도 손을 못 댑니다.

그 와중에 오랫동안 오지 못했던 형님이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도 기운이 없고 자주 못 와서 미안하다며 저와 아내의 근황을 묻습니다.
작게 운영하는 공장에도 사람이 다쳐 문제가 있었고,
조카아이도 직장을 그만두고 몇 달째 쉬는 중이라 속이 상한다고 합니다.
작년인가 받은 초기 위암을 수술하고 조심스런 기간인데 맘 고생이 많았나봅니다.
그러면서도 잠깐 병원을 들러 돈을 주고 갑니다.
초기에 많은 돈을 축냈었고, 어머니 모시라고 시골집 구할 때 보태준 돈도 다 날린
제 미안함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대개 검사결과가 양호하고 추가 치료가 필요치 않을 대는 이틀이나 삼일 뒤,
문자만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관리 잘 되고 있네요!’ 라고...
직접 전화해서 설명 할 때는 거의 뻔합니다.
‘며칠 내로 올라와서 항암주사를 맞으셔야 되겠네요.’하는 무거운 소식...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고 미룰 일도 못 됩니다.
그랬다가 재발 상황에라도 들어가면 응급실로 직행에 스테로이드 주사,
마비 후유증으로 생기는 뒷 일들이 뻔 하니...

아직도 아내에게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몸살처럼 몰려오는 고단한 몸을 겨우 추스르기도 전에 걱정거리를 안겨주기가
내키지 않습니다. 어차피 좀 있다 이야기 할 수밖에 없지만,

형님이 주고 간 봉투를 열어보니 30만원이나 들어 있습니다.
산재사고 보상에 미가입 소급 납부까지 허덕거리는데다
불경기로 어려운 자영업 끌고가기도 버거워 고민하는 중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몇 개월을 오지도 못하고 연락도 못 하고 지내다가,
형편이 좋아진 것도 아닌데 청주까지 와서 돈을 주고 가게되는 상황이...

아무래도 누군가 무너질지 모르는 제 지친 마음에 버팀목 용도로
힘든 중인 큰형님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욕을 가지고 견디고 이번에도 헤쳐 넘어가라는 신호로!

몇 백만원이라는 주사비용도 작은 돈들이 모여 해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익히 알고 경험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크고 무거운 자동차도 작은 키 하나로, 배터리 힘을 빌어 시동을 걸고,
그렇게 걸린 엔진의 힘으로 굴러가는 법입니다.
오늘 그 자동차 시동 걸 키를 많이 힘든 중에 있는 형님을 통해 주셨습니다.

그 배경을 짐작합니다.
형제라는 선한 관계를 사용하여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라는 하늘의 의도를...

(체력 회복을 감안해 월요일과 수요일 중 수요일을 예약했습니다.
이번 달은 외부 병원만 4군데를 가게 됩니다.
일산 두 번, 충북대 한 번, 가까운 개인병원 한 곳, 이렇게 4군데,
병원 복이 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