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하고 싶다, 과속하고 싶다...ㅠ.ㅠ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빨리!
아, 과속하고 싶다...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 한 대 한 대 추월하면서 중얼거리는
주문 같은 혼잣말입니다.
이게 참 뭐에 홀린 사람처럼 변하게 하는 묘한 느낌입니다.
좀처럼 과속을 잘 안하는 습관이고 주장인데
병원 가는 날마다 겪는 재방송입니다.
시속 110키로 제한 속도인데 조금만 느려 보이는 화물차를 만나면
추월해서 나갑니다. 그러다보면 120킬로를 순식간에 넘어버리고,
뒤에는 더 빨리 밀어붙이는 새 차들이 백미러에 보입니다.
바로 주행선으로 들어가려니 그 앞에 또 집채만한 트럭, 느린 버스...
그래서 추월선으로 저 차까지만 지나서 들어가야지! 하다보면 또 과속,
그런데 묘한 게 한 번 두 번 그렇게 지나가다보니
앞에도 옆 차선에도 차가 없는데도 속도를 줄이기가 싫어집니다.
어쩐지 느려터진 것 같고 답답하고...
그 잠깐 사이에 과속이 후련하고 습관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었지요.
병원에서 아무리 일찍 서둘러 준비하고 씻고 옷 입히고 준비물 챙기고,
심지어 양치질까지 밥도 먹기 전에 미리하고 기다려도
더 일찍 출발을 못하는게 아침밥이 7시20분 전후에 나오는 까닭입니다.
밥을 굶고 출발하면 가다가 또 멈추고 밥 먹고 늦어지니,
그렇게 부랴부랴 나서도 7시45분 전 후,
일산 암센터에 도착하면 늘 10시 10분에서 30분 사이가 됩니다.
이미 지하 주차장은 장애인자리까지 만원이고,
서둘러 올라가면 접수 번호표는 몇십명이 대기 중...
간신히 수납하고 채혈실에 가면 또 주욱 늘어서있는 사람들,
그러다보니 더 당길 수도, 늦어서도 안 되는 사정이
달리는 차만 몰아부칩니다. 조금만 더 빨리 가자, 좀만 더! 이런 심정으로...
사실 고속도로에서 죽자 달려도 총 거리 200키로 미만에서는 큰 차이 안 납니다.
불과 10분에서 20분 사이, 그 이상은 단축이 잘 안되고 긴장만 잔뜩하지요.
그런걸 오랜 경험으로 알면서도 이런 못난 반복을 자꾸합니다.
오늘은 또 그런 심정으로 달리다 문득 찔리는 기억이 났습니다.
바로 출발 때마다 잠깐 하는 기도의 내용이...
“가고 오는 길 안전하게 동행해주시고 지켜주시고~~아멘!”
그렇게 기도해놓고 정작 행동은 악셀을 꾹꾹 밟아 가면서 쌩~ 추월하고
안전운전보다는 위험운전에 가까운 미련한 짖을 합니다.
어이쿠! 이게 뭔 하나님 우롱차 드리는 행동??
그래서 중간 휴게소에 잠깐 세웠다가부터 80-100키로 사이로 내리고
안전하게 병원까지 갔습니다.
늦었다고 경찰 안오고 수갑 안찼습니다.
누가 왜 늦었냐고 야단도 안치고 아무도 싫은 소리도 안합니다.
그냥 나만 좀 불리하거나 오래 기다리면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차 운전만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닮겠다고, 나누며 살겠다고 기도마다 입에 달고 살면서
좀 더 벌자, 좀 더 좋은 것을 가지자, 좀 더 높은 곳으로 성공하자
정작 생활 속에서 목표는 반대로 가기 일쑤였지요.
예수님처럼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사람 친구하겠다고,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멋들어지게 소문내고 광고하면서
가난은 진절머리 난다고 고개 돌리고 성공 사례만 눈에 들어오고
병들고 망가진 사람은 알게 모르게 슬그머니 회피하고 외면하며 살지요.
뭐 그런다고 누가 뭐라고도 안하니까요.
천국가고 싶다고, 천국 가자고 맨 날 말하면서
사는 건 천국 못갈 심보, 행위만 참 많이도 해대며 살았어요.
남은 포장하고 변명하고 넘기겠지만 나 자신은 뻔히 아는 걸...
그러니 무사하게 해달라면서 과속을 해대는 이상한 신앙 행태와
다를 게 뭐 있겠어요. 에휴~~
아무래도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안되겠어요.
교통신호를 꼬박 지키는 습관 들인 거처럼,
과속도 좀 줄이고,
안할 거면 사고 없이 무사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지 말든지...!
사는 거도 그럴거냐구요?
솔직히 거기까지는 자신 없는데...
뭐 좀 덜 미안할 정도로 가깝게 만들어봐야지요.
이런 고민하는 절 보고 저기 높은 곳에서 보는 누가 씨익 웃으시네요.
“어디 두고보자!
별일이네,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면서 새삼~~”
그러시면서,
ㅎㅎ! 하긴 뭐 저 스스로도 별 기대는 안해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쩐대요?
뭐 생각도 못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