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보호자, 밴댕이 맞구요! 동시에 사람입니다...
(오늘 또 서운한 감정을 달래느라 씨름하다가 병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그래도 날을 세우고 피를 보는 방향보다 부탁으로 돌릴수 있도록 마음을 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힘에 감사합니다. 한 번 망가지면 며칠을 고생하는걸 뻔히 알다보니...)
환자와 보호자, 밴댕이 맞구요, 동시에 사람입니다...
오늘 작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느낀 생각 몇 가지를 올립니다.
환자와 보호자인 가족들을 이해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또 부탁하는 심정으로 씁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다음 토요일 운동치료와 작업치료 시간표가 늘 옵니다.
그런데 어제 금요일은 밤 늦도록 오지 않고,
토요일 오전 치료 시작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습니다.
더 기다릴 수 없어 직접 확인하니 한 사람 두 사람을 넘어가면서
결론은 ‘빠진 것 같다, 가서 기다리라’입니다.
그럴 수 있지요. 뭐,
한 선생님이 병실로 가져오신 운동시간표는 작업치료시간과 겹친 12시...
‘하나를 포기해야하나요?’ 질문에 다시 가셨다가 가져온 변경된 시간표는
예전 시간과 같은 11시25분 이었습니다.
조금씩 서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누락은 그럴 수 있으니 두 번째 조치는 좀 신경 써서 해주실 줄 알았다가
겹치는 시간을 확인도 않고 그냥 가져왔다는 게 무성의한 듯 해서...
그래도 또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잠시 커피한잔 마시며 달래고 십 분 만에
내려왔더니 남자 선생님이 집사람을 휠체어 태우고 병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10시 15분인데, 또 변경했습니다....
전 거의 자리를 지키고 아주 특별한 이유 아니면 다른 분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예 없다가, 12시였다가 11시25분 이었다가 불쑥 10시15분,
4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속이 상했습니다.
경상도 남자의 욱! 하는 다혈질을 누르느라 수십년째 힘드는데 오늘 또 오릅니다.
병원이나 선생님들께는 이 일이 사업이거나 직장일 수도 있지만
환자나 가족들에겐 이것이 전부이고 절실한데 좀 서운했습니다.
집사람이 병원측에선 많은 환자 중의 한 사람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토요일 종일 털어 그 한 번의 운동 때문에 병원생활을 하고
세끼 밥을 먹고 침대를 지키는 사람에겐 느껴지는 감정은 좀 다릅니다.
보호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인 우리도 정말 경우에 어긋나고 떼쓰고 치료선생님이나 병원에
무례할 정도로 난폭한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형편없는 예의와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환자도 보았구요.
오랜 병원생활이나 여러 가지 고단함이 쌓여서 예민해진 상태로 늘 있다보니
걸핏하면 싸우고 싶은 심정도 수시로 가지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환자지요. 장애는 열등감으로 난폭함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피해의식과 자포자기로 우울해지면 상식과 폼나는 매너와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그러니 더 멀쩡하고, 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분들이 좀 더 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직장이라면 흠 없을 태도도 억울하게 항의를 받기도 하는 게 병원아닌가요?
그래도 병원과 치료사선생님들의 존재 이유인 환자들이고,
환자들에게도 병원이나 선생님들이 안계시면 악화일로를 달릴 수밖에 없는,
공동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만 세심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근 일 년 만에 처음으로 소감을 올리는 글이 이런 내용이라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감사와 더불어 부탁드리는 심정으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