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넷째날] - 사랑은 향유를 타고
고난주간 4일째 – 사랑은 향유를 타고
어떤 여인이 하루 하루 벌어서
꼬박 삼백일을 모았지요.
그 돈으로 사랑하는 이를 향기롭게 하려고
향유를 샀어요.
삼백데나리온, 이천만원이나 주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낼모레면
죽음을 맞는다는데
허투루 말하지 않는 분이니 믿었나보네요.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니 마음이 아프겠지요
그 여인이 귀한 향유를 담은 옥합을 깹니다
머리에서 발까지 향기로 사랑하는 이를 덮고
자신과 오라비에게 새 삶을 주신 분
그 분께 목숨을 드려도 아깝지 않다며
대신 머리카락으로 발을 씻어주네요
쏟아지는 비난과 모욕을 받습니다
그 돈이면 끼니를 굶는 사람들
배를 채우고 헐벗은 사람 옷이 몇 벌인데
사랑에 눈멀어 이러냐고
어떤 이는 바보라하고 또 미쳤다네요...
그래도 그 사람은 비난을 말리시고
여인을 칭찬하시네요
그렇게 돕고 싶은 가난한 사람은
세상 끝 날까지 있을 것이니 평생 하라네요
이 여인은 살아있는 동안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모든 재산과 시간은 사랑 앞에서 작아 보이는데
죽을 거라는데 안 믿어주거나
어차피 죽을 건데 비싼 돈은 왜 쓰냐고 하는 이들은
사랑을 도대체 모르거나 안하는 이들입니다
어쩌면 돈이 아까워 앞으로도 못할지 모릅니다
‘너는 누구냐?‘
그 사람이 갑자기 물어보십니다.
‘300일을 넘게 돈을 모아 향유를 살 수 있는지,
아님 그걸 바보같다고 야단치며 아까워하는 사람인지‘
솔직히 들여다보니
머리로는 옥합을 깨는 여인을 잘했다 하면서
가슴 안쪽 남에겐 안 보이는 곳에서는
조금만 사는 것도 괜찮다 슬그머니 바뀌네요.
그냥 한 열흘 치 품값 정도? 이러면서...
당신의 고난과 죽음은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가고
주위의 비난과 자신의 이익을 절충하는
분기점을 찾고 있습니다.
생각만이 아니라 생활로,
한 번이 아니고 일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