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국밥 한그릇, 꿈과 생시를 오가다.

희망으로 2012. 3. 22. 06:33

주택가 골목을 쭈욱 올라가 막다른 끝,

도저히 밥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그곳에 그 밥집이 있었다.

식당이 아니고 밥집이라고 한 것은 달랑 긴 의자 하나뿐이고,

메뉴라곤 국밥과 국수, 두 가지다.

그런데 그 곳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밥을 먹고 있다.‘

모두 일하다가 온 분들 같은 옷차림의 아저씨들이 여럿이다.

영락없이 공사장 주변의 밥집인 함바라고 부르는 밥집 분위기다.

그러나 주변에 공사장도 일터도 없다.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 분이 바쁘게 일하시는 밥집,

 

그 아저씨를 처음 만난 것은 병원 복도였던가? 병실안이었던가?

사람들을 문병하며 위로하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본 것도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밥을 먹으러 오라고도 안했고,

어디라고 말도 안했는데도 나는 발길이 이곳을 찾아서 왔다.

국밥을 한그릇 부탁하고 바깥 길에 놓인 나무 탁자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안에서 국밥을 먹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걸 보았다.

자세히 보니 국밥에서도 불 기운 같은 힘이 막 피어오르며 수증기처럼 어른 거린다.

배고픔을 채우는 건 물론이고, 그 국밥은 슬픔, 두려움, 나쁜 기운을 여지없이

깨뜨리며 활활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슨 조화일까? 마치 살아 있는 에너지나 선한 영적 무기처럼...

마치 꿈을 꾸는 느낌이다.

 

사실 꿈이다.

한 번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같은 줄거리, 같은 장면을 연달아 보았다.

이런 꿈은 깨어나도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내가 꿈을 꾼건가, 아님 어디를 진짜 불려갔다 온거야...’하면서,

내 안에 나도 모르게 물이 때가 끼는 것처럼,

쇠에도 녹이 슬그머니 피기 시작하는 것처럼,

오랜 병원생활에서 오는 나도 모르는 포기, 좌절감, 만성 불안들을 불로 태우시려는

보이지 않는 지원인 것 아닐까? 배고픔을 채우듯 국밥을 통해 말끔히 소독해주시는

은총, 어제밤의 꿈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