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기증등록! 오늘 아들에게 배운 '헌신'
창밖으로 아침부터 비가 계속 오네요.
많지도 않고 부슬부슬,
몸이 힘들고 많이 일하신 분들 좀 쉬시라고,
병원에서 살고 있는 환자들에겐 좀 복잡합니다.
차분해져서 좋아하는 분도 계시고,
신경계통의 통증이 심해져서 고통을 더 느끼는 분도 계시고,
세상 모든 일들이 양면을 지닌 것처럼...
막내아이 장학금 신청관계로 서류를 준비하느라
무더기로 쳐박아둔 가방속 서류와 우편물을 정리하다가
둘째아이에게로 온 우편물을 발견했습니다.
일년에 한번이나 가는 충주 아이들 외할버지집에서
마대자루에 쌓여진 우편물을 대충 정리해서 담아온 것 들입니다.
그때 얼핏 보았던 우편물을 담아놓고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희망의씨앗'에서 날라온,
장기기증 등록증과 안내문 입니다.
우리에겐 한마디 사전 상의도 없었고, 등록 후에도 말도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가슴이 떨리고 두근거리는지...
그리고 감격하고 기뻤습니다.
이런 중대한 결심을 혼자 자신의 소신과 결심으로 할 수 있을만큼
올바른 사람으로 키웠다는 부모된 뿌듯함,
신앙의 가족으로 헛된 본을 보이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심이!
그리곤 부끄러웠지요.
우리도 늘 생각만하면서도 게으름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아들의 등록증을 손에 쥐고서야 실행으로 옮긴다는게 ㅠ.ㅠ
'헌신'
글자 그대로 몸을 바치는 일입니다.
아내는 장기기증을 하자는 말에 긴 한숨을 쉬었지요.
"어디 쓸만한 곳이 남았을까?..." 하면서,
하긴 눈도 망가졌지 폐도 망가졌지, 신장 간도 오랜 약 부작용으로
모두 엉망이 되었으니 그렇게 맥빠질만 합니다.
아마 장기는 사용할 곳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살아서 마음으로, 성심으로도 힘든데
죽으면서 몸으로도 할 수 없다니...
그러나 아이의 장기기증등록증을 보면서 새로운 기대를 가져봅니다.
아이는 장기 기증과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도 했습니다.
우리도 할려고 했더니 그 자격이 안되더군요.
18세부터 40세 사이의 건강한 사람만 기증이 됩니다.
이미 놓쳤습니다. 게으름은 죄라고 말씀하신게 떠오릅니다.
또 하나, 인체조직기증! 그것은 우리도 가능했습니다.
심지어 오랜 병으로 만신창이된 아내조차 기증이 됩니다.
그래서 반갑게 장기와 신체기증 두 가지를 등록했습니다.
만일 예수님이 하늘 높은 시온성에서 내려다보시며
'얼마나 힘드냐? 나도 마음이 아프구나...'
그렇게 머물면서 몸으로 내려오시지는 않고
영적인 공감과 이해만 하셨다면?
자비로운 마음과 위로의 말만 이 땅으로 보내셨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좀 덜 감사하고 덜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몸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오시고,
그 몸을 온전히 찢김과 피흘림, 배고픔과 추위를 같이 겪으시며
마침내 다 주고 가셨습니다.
우리 최초의 신체기증자는 예수님이 아니었을까요?
살았을때도 안아주고 손을 얹어주고 눈을 닦아주고,
옷깃을 만지고 발을 내주고...
이미 많은 세월을 보내버리고,
할 수 있는 일들과 힘이 줄어든 지금에야 나와 아내는
남은 몸뚱이를 내놓습니다.
사람에게던 하나님께던 갚을 방법도 드릴 것도 너무 없어져
이제서야 누구에겐가 부분적으로라도 갚자고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렇게 큰 신세도 지지않고 빚진자 아닐
둘째아이는 먼저 내놓는 선택을 했습니다.
모든 장기와 조혈모세포와 신체기증까지...
우리가 이 땅에 보내져서 간신히 부끄럼을 한줌이라도 덜어진다면
아이들에게 염치없이 나쁜 부모로 보이게 살지 않았다는,
딱 한가지, 그것인지도 모릅니다.
비가 종일토록 내리는 오늘,
아이덕분에 좀 더 빚을 덜어내고
하늘 갈 준비를 한걸음 더 나갑니다.
이것도 주의 은혜요.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