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코언 :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서양에 많다. 20~40대의 젊은 성인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세계에 200~250만 명의 환자가 있고, 이 중 40만 명은 미국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다발성경화증 환자 수는 서양보다 적다. 병에 대한 인식, 유전, 식생활의 차이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시아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 2000년대 중반 기준 국내 환자는 10만 명당 약 3.5명에 그친다. 하지만 앞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특징이 점차 서구와 비슷해지고 있다. 서구식 식생활습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 최근 다발성경화증의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게 햇빛이다. 일광 노출이 적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이다. 여러 연구 결과 적도지역에서 먼 지역일수록 환자 유병률이 높았다. 미국도 텍사스보다 클리블랜드처럼 적도에서 먼 지역의 유병률이 높다.
▶김: 다발성경화증의 심각성은 한번 손상된 중추신경을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현대의학으로는 완치할 수 없다. 서서히 증상이 악화돼 결국 장애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활동이 가장 왕성한 젊은 성인 환자가 많아 가족과 사회의 손실도 크다.
▶코: 맞다. 그래서 다발성경화증은 잔인한 질환이다. 중추신경 손상에 따른 장애 유형이 다양하고,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조기진단과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피로·어지럼증·평형감각 저하 등 다발성경화증의 비특징적 증상은 조기 진단의 발목을 잡는다. 환자는 최종 진단을 받을 때까지 병원을 전전한다.
▶김: 한국에서도 다발성경화증을 중풍이나 디스크로 오진해 엉뚱한 치료를 하는 사례가 많다.
▶코: 다발성경화증은 증상이 한두 달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는 마치 병이 나은 것처럼 오해하고 치료를 게을리한다. 하지만 병이 재발해 5~10년 후 장애로 이어진다. 증상이 중증으로 넘어가면 의학적으로 손을 쓸 수 없다.
▶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건 1990년대 초반이다. 중추신경의 염증을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몇 가지 치료제가 있다. 급성기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하지만 모두 주사제여서 환자가 부담스러워한다. 부작용이나 내성이 발생해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 간단히 하루 한 번 복용하는(경구용) 다발성경화증 1차 치료제(‘길레니아’)가 출시돼 고무적이다. 다발성경화증은 평생 지속하는 질환이어서 치료제의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확립돼야 한다. 경구용 치료제는 최근 진행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조건이 확인됐다.
▶코: 치료의 핵심 중 하나가 재발률이다. 임상시험 결과 경구용 치료제는 재발률이 55%나 떨어졌다. 위약군은 30%에 그쳤다. 경구용은 신체장애의 진행도 늦고, 뇌손상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치료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에게도 대안이 될 것이다.
▶김: 최근 국내에서 다발성경화증 환우회가 결성되고, 교육자료가 배포돼 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다발성경화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환자는 병을 악화시키지 않고 재발을 줄이기 위해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코: 예방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많은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동반된다. 이때 다발성경화증이 더 빠르게 진행한다. 특히 동반질환의 증상 때문에 다발성경화증의 조기 진단이 늦어진다.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게 노력하고 치료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황운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