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와 위로가 동시에 필요한 하루...
큰 아이가 3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제대해서
오늘 병원으로 왔습니다.
입영할 때도 밥한그릇 못 먹이고 배웅도 못해주고,
제대할 때도 마중도 못해주고 혼자 돌아왔습니다.
돈봉투를 두개나 내어 놓았습니다.
대대본부 일동! 이라고 쓰인 봉투와
부대교회 드림! 이라고 쓰인 봉투,
안에는 적지않은 현금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만원짜리 만원짜리 천원짜리까지 골고루...
어떤 돈인지, 누가 낸 것인지 돈만 보아도
대충 짐작이 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사차 직속소령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대대차원에서 모금을 확대해주셨다고
대대장님께 인사를 하시는게 좋겠다고 전화번호를 주셨습니다.
교회 목사님까지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아이가 미움 안받고, 군대생활을 잘 마치고 온것을
이런 저런 칭찬과 상황을 통해 알았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큰아이와, 그 처지를 부대원들의 모금으로 응원해준
동료군인들, 직속 상관장교님, 부대교회 목사님 등...
우리병실 오늘 아침은 눈물로 시작 했습니다.
전에 해와달에도 한번 실렸던 '뛰지 못하는 우리만의 스타'
어린 새댁이 아침부터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지난번 국민일보 기사중 옆자리 샘많이 낸 새댁이기도 합니다.
그간 20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힘든 부부갈등과 시댁어른들의 원망을 견디다 못해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오늘 법원 마지막 가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올캐인가가 다섯살짜리 아들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내왔습니다.
씩씩하게 커가는 아들 사진을 보고선 결국 서러움이 넘쳐
통곡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런저런 말로, 손길로 돕기도하고 놀기도 하면서
하나님을 알게해서 힘내기를 바랐지만,
시어머니의 교회생활과 인간성의 괴리에서 쌓인 거부감이
너무나 깊이 상처를 내고 있어 뜻대로 되지 않는 중입니다.
저녁에 밥이라도 사면서 밖에서 위로를 해주려고 했지만
나눔이와 큰아이가 하루 당겨 오는 바람에 접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병원 근처 식당엘 갔는데,
그곳에 옆병실의 아가씨와 둘이서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우연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었습니다.
안그래도 오늘 감정을 병원에서 감당못할것 같아
고향인 대구로 가서 혼자계신 엄마와 친구들을 만나며 보내겠다는걸
말리기만하고 대책도 없어서 미안하던 참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고기 몇점을 더 사주면서 옆자리에서나마 위로를 좀 했습니다.
큰아이 제대했다고 인사시켰더니 축하까지 하면서!
이런 날의 애매함이라니...
한쪽으론 축하를 해야하는 사람과,
옆쪽으론 위로를 해야할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식사라니...
우리네 사는 날들이 늘 이런 섞임의 나그네길 입니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도 쓱 닦고 가야하고,
그러다보면 또 웃을 일도 오고,
그렇게 울다가 웃고, 웃다가도 울일이 생기는...
오늘 하루도 길고 넓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딸아이는 핸드폰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핸드폰에 배경으로 있는 사진이 작년꺼라면서 바꾸라고~~
우와! 실물하고 번갈아보니 참 닮았습니다. 흐흐~~)
아래가 실물인데 무지 비싸게 사진 못찍게합니다. 나쁜 놈~~
그래도 자기 얼굴을 거울도 안보면서 핸폰에 그린 자화상치곤 꽤 닮았지요?ㅎㅎ
엄마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를 더 쓱쓱 그리더니 내밉니다.
올해는 용의해, 새해인사라면서~~
엄마가 진짜 보고싶다면서, 산티아고 길의 해바라기 이야기를 하니까
금방 그려서 보여줍니다. 해바라기! 핸드폰에 그린 그림치곤
참 잘그린것 같은데, 이게 고슴도치 가족의 이야긴지 사람의 이야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