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비오냐구요?
아뇨! 비안와요. 바람이 심하냐구요? 아뇨. 많이 춥긴해도 바람은 안불어요.
그런데 왜 비오고 바람불고.... 제 속이 그렇다구요...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절 도와줍니다>
몇 가지 사소한 안좋은 일들이 치고 가고 밟고 지나갔네요. 그러던차에 아이 상대하는 방법문제로 힘든 장청소 도중에 아내랑 다투고 말았네요.
예전에 아프기전엔 제가 언제나 이겼지요. 말로나 독한 성질머리로나... 그러나 이제는 화가날때도 제가 집니다. 아내는 몸과 맘이 약자가 되었지만 저는 영혼까지 약자가 되고 말았어요.
다투다 아내가 투덜거리면 저도 팩! 하지요. 그런데 그 순간부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 모든건 끝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손도 발도 다 묶여서 화도 맘대로 못냅니다.
다투다 누가 보거나 더 냉전이 되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절 손가락질하지요. 아님 위로라고 안아픈 사람이 참아야지! 그럽니다. 그걸 아니까 전투 시작도 전에 전의를 상실합니다. 내가 아내를 이기는 날, 그 순간이 우리 둘다 끝나는 순간임을 치매가 걸리기 전까지는 안고 살아야 합니다. 알면서 터뜨리기는 제 맘도 소심합니다.ㅜ.ㅜ...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절 도와줍니다>
"나 좀 믿어줘, 제발, 당신을 왕따시키거나 사람 취급을 안하거나 그런게 아니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치료가 안되니 어떤 때는 나혼자 고민해서 처리하고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숨기고 바꿔서 말하고, 그런거 뿐이잖아, 내 맘을 좀 믿어줘..."
설득을 하면 아내는 또 침묵으로 들어갑니다. 알았다는건지 두고보자는건지...
이런 날은 밖으로 나가야 삽니다. 찬 공기가 살을 에는듯한 영하의 날씨가 오래 견디도록 놔두지를 않네요. 억지로 식당가서 두번째 저녁을 먹으며 애꿎은 밥에 화풀이하고 그 사이 몸 녹이고 다시 방황을 해봅니다. 이 생각 저 생각... 여름에는 그러다 공원 깊숙히 들어가 한바탕 통곡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추워 밖에서는 통곡도 힘듭니다. 그렇다고 병원에 들어와서 할수도 없고...
그래서 이 겨울에는 자주 이용하는 곳이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입니다. 그속에 들어가 문을 닫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누구던지 만만한 사람 붙잡고 문자도 하고 그러다 너무 늦으면 혼자 독백도 하고...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절 도와줍니다>
오늘도 딸아이에게 문자로 sos를 날렸습니다. 3일간의 기말고사를 끝내고 지쳤을 아이에게... 1등과 평균 95점을 걸고 한턱내기로 했는데 그간의 흔들림으로 좀 부진했나봅니다. 평균 0.4-5점 차이로 아마 몇년동안이나 지켜오던 1등을 내놓을것 같다고 착잡하게 말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밤 10시 넘어 괴로힘을 시작했습니다.
"아빠 오늘 좀 속상하네, 안자면 놀아줘..."
그렇게 시작된 문자가 한시간을 주고 받았습니다. 아이 나름대로 이런저런 처방을 제안합니다. 나는 또 개그콘서트 버전으로 히히덕 거리며 답을 보내고, 그렇게 하고나니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절 도와줍니다>
...이렇게 사는게 무슨 가치나 의미가 있을까요? 시간 떼우고 어쩔수없이 살아내야하는 (신나서 주도적으로 사는게 아니고,) 이 세상의 길을 가는데 보탬은 되겟지만...
하나님, 살아계시지요? 그런다면서요! 그리고 절 도와주신다면서요? 언제 어디서나... 근데 이게 뭐예요? 이 모양으로 하나님 이름이나 험집내게 생겼는데 좀 폼나게, 자랑스럽게 살도록 고쳐주시면 안되요? 제가 불안하지도 않아요? 언제 뻥! 교회 욕이나 먹이고 탈선 할지도 모르는데...
에고~~ 오늘 또 과하게 빠집니다. 낼 아침이면 삭제 신공으로 되살려야겠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절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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