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이 천재가 아니었다니요?....
내 아이들이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던 날...
아이가 불쑥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빠, 이거 해봐!"
자주 나를 실험대상으로 만드는 딸아이가 이번에는 또 뭘?
받아보니 아이큐평가 33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싫지만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같은 딸,
열심히 머리 쥐나며 풀었다.
결과는 100점대,
아이는 117이 나왔단다.
다른 테스트에서는 127이 나왔었는데 문제가 좀 다른것이라 그러가보다.
그런데 충격을 받은건 그 점수가 아니었다.
학교 친구도 그 점수가 나왔다낟.
나도 아는 아이인데 공부도 잘하기는 하지만
운동을 더 잘하고 딸아이보다는 아이큐가 좀 낮은줄 알았던 아이다.
마음 한구석에서 싸아~ 하게 뭔가 밀려오는 느낌이다.
아는 분이 아이를 위해서 원어민 공부를 하도록 해주셨다.
직접 통화를 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방식인가보다.
일주일에 두 번,
그런데 아이가 너무 힘들다고,
읽기는 하겠는데 알아듣기 불편하고 시키는게 많단다.
그래서 그 분과 의논해서 안하기로 했단다.
겨우 한달만에...
나는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형편만되면 다 따라가고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할거라고 의심없이 믿었었다.
그런데 빗나갔다.
기회를 주신 분에게도 미안하고 못하는 아이도 속상하고...
언젠가 학교를 무단 지각하며 가방메고 어디를 간 딸이 한 말,
난 착한 딸 하기 싫어... 그런 뉘앙스,
그랬다.
아이는 많이 부담스러웠나보다.
공부를 언제나 일등을 해야한다는 부담감,
엄마가 아파 병원에 떨어져살지만,
늘 씩씩하고 잘 참아야한다는 부담감,
다른 아이들보다 무엇이던 잘하고 더 잘한다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
큰아들이 아직 유치원 다닐 때 어른들이 읽는 삼국지를 눈도 안띠고
하루종일 걸려가면서 읽어내는걸 보고,
우리는 아이가 뛰어난 어떤 재능을 가진줄 알고 큰 기대를 했다.
그전에도 워낙 집중력이나 이해도가 높은 순간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아이를 영재학교에 보내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잘 키우지 못하고 망가뜨린걸까?
아님 꿈에 부풀어 착각을 했던걸까?
주변 아이들과 비슷해지고 어떤 점은 떨어지기도하면서
우리는 아이가 특출한 영재가 아니고 평범한 한 사람인걸 인정해야했다.
나중에 또 어떨지는 모르지만...
둘째도 워낙 여러가지 호기심을 가지고
하는것마다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살만큼 해냈다.
펜돌리기에 빠질땐 중학생인데도 충주모임회장도 하고
마술에 빠져 지낼땐 학교에서 재료비주면서 축제때 발표도하게 했다.
멀리 학교가서 상도타고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뒷말도 하는걸
아이가 별나게 재능이 있나보다 하면서 각종 사고와 자퇴 일탈도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고 만만치 않아서 우리를 끌어내렷다.
다들 그런 점 한두가지 없는 사람이 없고,
그랬다고 뛰어나게 세상에서 빛을 내거나 반드시 성공하는게 아님을
쓸쓸하고 서운하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나, 둘, 이번엔 셋까지...
알고보니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기자식이 다 그런줄 알았단다.
남보다 뛰어나고, 더 착한 효자효녀고, 잘생겼고!
그러다 하나씩 별로 다름없음을 알게되고 받아들이고
그러며 잔소리 미움 사랑이 교대로 범벅이 되어 정으로 변해간다는걸,
잘 학습이 되지않아 셋째 딸까지 그러고 살았다.
이 아이는 진짜 다르네? 하며 기대하고 꿈꾸고...
현실은 언제나 재미없고 까칠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나는 딸이 천재가 아닌걸 또 한걸음 물러나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 남들보다 뛰어난 줄 알았다가
하나씩 다른 아이들과 평범하게 같다는 걸 알게 되던 날,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현실은 우리를 정신 번쩍 나게 만듭니다.
약주고 병주는 순서로...
그런데 돌아보니 나도 예전에 그런 부모의 아들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줄 알았다.
초등학교때 중학교 수학을 우연히 맞추는걸 보고,
또 30년도 더 전에 미국사람과 영어로 펜팔하는걸 보시고
내가 천재쯤 되는줄 아시고 동네방네 자랑하셨다.
나중엔 공부를 중단시키게된걸 한이 맺혀 한숨을 쉬시곤했다.
결국은 혼자 힘으로 간신히 남들만큼 해서 한을 풀어드렸지만...
그렇게 우리는 가족과 자녀들, 주변사람들에게
때론 기대를 넘어선 환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부담을주거나 강요한다.
그래놓고는 그렇지 못하거나 벗어날때면 충격을 받는다.
실망하고 배신당했다 그러며...
처음부터 그러지말고 있는대로 보아주고
그럼에도 반겨주어야 했을것을 과장하는바람에,
오늘 아침에 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 "난 니가 천재도 아니고 슈퍼우먼도 아닌걸 알게되었다.
또 효녀도아니고, 엄청난 미녀도아니고,
유명한 엄마친구딸(엄친딸)도 아님을 이제 인정해!
가슴아프지만...
- 그러니 아무 부담가지지말고 편하게 마음놓고 살아,
그동안 어쩌면 널 힘들게하거나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 그래도 예전보다 더 널 사랑해!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ㅎㅎ ^^*
아직 답이 없다.
또 밀려오는 압박감?
벌써 수업들어갔을테니 물어볼 수도 없고...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웃는다. 이제야 그걸 알았냐는 눈치다.
베테랑 엄마들의 빠른 경험? ㅉㅉ...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