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고맙다.
한달이면 하루, 많으면 이틀을 같이 지내고
떨어져 사는 딸 아이,
대개는 부모들이 집을 지키면 아이들이 나가 산다.
기숙사있는 학교나 도시, 외국으로 유학으로,
열다섯살의 자녀와 헤어져 지내는 경우는 대개 그렇거다.
그러나 우리는 살림들이 있는 집에 아이가 혼자 살고
부모인 우리는 멀리 떨어진 병원에서 생활한다.
그것도 4년째...
아이가 집에서 병원으로 왔다가 하루 자고 가면
또 한달을 얼굴도 못보고 지내고, 그러기를 몊 해,
어제밤에왔던 아이가 밤새 자고 오늘 하루 같이 지내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멀리 집으로 돌아갔다.
같이 있으면 잔소리에 떼쓰며 조르고,
그렇게 지내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시외버스터미널로 갈때면
둘 다 아쉬어 마음이 아파진다.
있을땐 서로 들볶고 싸우다가...
저녁도 건너고 잔다고 누웠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밖으로 나가 근처 공원을 뺑뺑이를 돌다가
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 "뭐해?"
- "많이 고단하고 힘들지?"
- "ㅋㅋ갠찬아 ㅋ"
늘 그렇듯 그렇게 시작한 둘의 문자는
이런 저런 농담과 진지한 진담을 교대로 담아
많을때는 백여통에 가깝게 주고받다가 끝난다.
같이 지내지 못하는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문자로 채우며 보낸지도 몇년,
그나마 이렇게라도 누군가가 늘 대답을 해주고
나를 찾는 가족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무때나, 어떤 말이라도 어려워하지않고 보내고,
반대로 오면 이런저런 말로 맞장구를 쳐줄수 있는
딸 아이가 있다는게 때론 축복이고 피난처같기도 하다.
밤이 깊어지니 기온이 뚝 떨어진다.
한시간이 넘도록 걷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이제 아내가 기다리는 병원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렇게 몸과맘이 고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게 좋다.
비록 침대를 짊어지고 꼼짝을 못해도,
돌아올 나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는게 참 좋다.
이렇게 추워지는 날 돌아갈곳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면
그 쓸쓸한 마음을 어떻게 메울수 있을까?
잠잘곳이야 혹 마련하더라도 아무도 없는 캄캄한 문을 열고
말 걸어볼 사람하나 없는 빈 공간을 들어선다는게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그 싫은 고요함...
그러니 잔소리 바가지를 긁던지,
어디가 아파서 무지 애를 먹일지언정 눈 마주쳐주는 사람,
상대해주는 가족이 있음은 분명 축복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절이라도 할일이다.
가족이 없다면 가족같은 친구라도 만들고
그런 친구가 없다면 친구같은 동료라도 만들어야 한다.
직장이나 모임, 이웃이라도!
그래서 하나님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랬나보다.
혼자 고립되는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고
그렇게 되지말라고,
이 밤 내게 보내주신 가족 친구 이웃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나는 말을 걸 사람이 있다.
얼굴보며 잔소리라도 해서 처절한 외로움에 빠지지 않게 해줄
귀한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