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우리만의 스타...
무너져가는 우리만의 스타...
언젠가(6월호 '해와달' - '뛰지도 못하는 우리만의 스타')에 소개한
우리 병실의 새댁이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그 글이 실린 지난 6월에 집으로 퇴원을 했습니다.
그 새댁이 가입된 보험에서 병원비를 지급하는 기간이 끝나
부득히 집으로 갔다가 다시 11월에야 입원한다면서,
일년에 4개월만 하루 6만원씩 보험보상이 나온답니다.
한달에 240만원씩 4개월, 그것이 병원생활을 할 수 있는
비용조달의 젓줄기입니다.
새댁이 뇌졸증으로 쓰러지기 전 어머니가 가입해놓았던
그 보험덕분에 그나마 일년에 6개월 정도씩은
재활병원 입원치료를 받을수 있답니다.
주로 가을에 와서 봄까지...
그 보험이 만 80세까지는 나온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나 세상일은 좋은일 뒤에는 궂은 일도 오는가 봅니다.
그 보험금액을 늘 내어놓으라고 조르고 뜯어가는(?)
신랑때문에 시달린답니다.
처음 쓰러지고 지급된 일시금 2천만원인가도 가져가서
차를 사고 딴 짓을 했다고 합니다.
순전히 새댁에게만 들은 이야기니 확인은 안됩니다.
원래 양쪽 이야기를 다들어야 진실에 가깝다니...
물론 다른 문제가 얼켜서 심각해졌겠지만
그 보험금을 친정엄마가 수령하게 해놓았고,
가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들볶는다고 다투더니
결국은 파탄이 다가왔습니다.
집에서는 도저히 못견디겠다고
다시 두달을 앞당겨 이 달 초에 입원을 했습니다.
병원비를 대줄수없다는 신랑과 시어머니의 통보로
결혼반지를 팔아서라도 내겠다고 가지고온 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혼하라고 주위에서 얼마나 권했는지
다섯살 아들을 두고 온갖 갈등을 해오더니
결국은 며칠전에 친정엄마가 올라와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혼을 못해준다고 끌어오던 시댁을 상대로
공증을 받아내고, 보따리를 싸서 고향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그 이틀전 밤에 운동겸 산책을 나갔다가 밖에서 그 새댁을 만났습니다.
바로 옆 침대에 다시 입원했기 때문에 좀 친해졌기에
전에 글 쓴걸 이야기했습니다.
혹시 기분 상할까봐 못보여주었다고 했더니 기어이 달라고 합니다.
'상관없어요. 나도 알아요. 병신인데요 뭘...'
그렇게 자조하며 웃으며.
많이 심해진 갈등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예약해두었다고 말했습니다.
수면제를 먹고도 못자고 밤마다 밖을 헤메고 다닌다며...
그런데 예전 단란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했다가
못된 인간때문에 살수 없다며 이혼해야겠다고도 하고,
정말 힘든 상태를 보았습니다.
한시간 가까이 들어주고 위로하고
그렇게 공원 벤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보내고 왔습니다.
그리곤 이틀만에 이혼으로 가닥잡고 떠나갔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서른쯤의 어린 남자가
일생을 잘해주기를 기대하기엔 좀 무리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난 어제 병원복지사님이 와서
그 새댁이 술집 다니던 친구와 제주도에 가 있다고
속상한 표정으로 와서 전해줍니다.
제가 그 새댁과 자주 이야기하다보니 알려준것 같습니다.
수중에 딱 2백만원이 있었는데,
그중에 100만원을 털어 제주도로 가서 지내고 있다며...
사람이 감당하기 너무 벅찬 무게를 오래 안고가다보면
남들 입방아에 오를만큼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인내심도 떨어지고, 포기했다가 각오했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이
일관성 없다고 놀림도 받습니다.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그립고, 따뜻한 대접을 받고 싶어하다보니
먹는걸 사다가 잘 나누어줍니다.
돈을 헤프게 사용한다고 또 핀잔을 받습니다.
그러니 3개월후에 법원에 마무리 합의를 오기로하고 내려가서
제주도 여행이나 다닌다고 또 철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먹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에 담긴 고통과 불안이 얼마나 심한지,
겉만 보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이해해주려고도 안합니다.
나도 더 잘해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지만
새댁이고 여자라는 입장때문에 많이 줄여야만 했습니다.
참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 시어머니가 교회를 다니는 분이고 자주 교회이론으로
새댁을 나무랐던 모양인지 교회는 싫다고 산 속 절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6월호 '해와달'을 손에 쥐어주고 내가 응원하고 기도할테니
힘내고 좋은 결과를 맘속에 그리고, 행복해지도록 살라고 했습니다.
누구때문에 화나고, 누구때문에 슬프고 하지말고
본인이 행복하고 평안해져야 주위 모든 사람이 가까이 온다고...
우리만의 스타가 망가져가는 과정이 안타깝지만 해줄 수 있는것이 없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다가 지치고 화나서 막 쥐어 뜯어버리기를 반복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두번 경험했을 장면이 자꾸 눈에 선합니다.
그걸 하루걸러 계속하며 산다는게 얼마나 힘들까?...
짐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