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英 대법 “안락사 도운 사람 처벌 부당” -다발성경화증환자 가족
희망으로
2011. 8. 24. 16:03
英 대법 “안락사 도운 사람 처벌 부당”
- 영국 대법원이 30일 안락사를 도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BBC방송 등은 이번 판결로 영국에서 안락사를 지원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이날 “(안락사 지원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법률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로 인해 법이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법조항을 바꾸는 문제는 의회의 몫이지만 검찰은 기소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불치병인 다발성 경화증(MS)을 앓고 있는 데비 퍼디(46)가 안락사 지원자 처벌기준을 명확히 해 달라고 소송을 낸 끝에 나온 것이다.퍼디는 1995년 MS 진단을 받았다. 병이 진행되면서 퍼디는 걸을 수 없게 되고 상체 힘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회복될 가망없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느니 스위스로 ‘죽음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는 치사성 약물을 처방해 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돕고 있다.
문제는 쿠바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인 남편 오마르 푸엔테. 법에 따르면 퍼디의 남편이 안락사를 도울 경우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근 이 법에 따라 기소된 사례는 없지만 퍼디는 남편의 운명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그녀는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해 대법원에 항고한 것이다.
퍼디는 이번 판결에 대해 “나는 생애 끝까지 살고 싶지만 인생의 마지막에 불필요한 고통을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안락사 반대단체 ‘생의 권리’의 필리스 보우먼은 “퍼디의 처지를 동정하지만 이 판결이 장애인, 병약자, 노인 등 취약계층에 미칠 영향이 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스위스 디그니타스에서 안락사를 택한 영국인은 2003년 이래 모두 11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