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밤의 참회...
'어느 날의 참회'
늦은 밤 잠이 오지 않는다.
새삼스럽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우울증 전 증세 같은 조바심들...
길에 자정넘도록 있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 시간에 헤메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정으로 들여다본다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게중에는 정말 지친 생존의 수고로 휴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적인 평안을 잃어버린 안타까운 사람들인것을...
욕하고 비틀거리는 사람, 잘났다고 종일토록 참은 굴욕을
술 기운을 빌려 간신히 스스로를 세우는 사람,
보면서 참 딱하기도하고 한없이 불쌍해보이기도 하지만
손바닥처럼 뒤집어보면 나나 그이나 오십보 백보...
늘 기운내고 좋은 말만 끌어대며 똑바로 걷고 싶어 몸부림치다보면
어느새 내가 무슨 흠하나 없고 방황도 안하는 단일 인격자처럼 된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다중인격자인걸...
두시간 세시간 쯤 찬양곡을 듣다보면 너무 멀리 떨어져 마냥 그리워하며
눈물짖기 딱 알맞은 한계속에 갇힌 안타까운 사람에 불과한 걸....
내 24시간을 속속들이 몸과 마음의 방랑을 다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면
아무리 내 가족이라도 다시 보게 될것이다.
그 끝과 끝을 오가는 좌절과 당당한 이중인격의 모습에...
날마다 순간마다 무너지며 슬프고 외로워하면서도
말은 언제나 번지르르 하나님의 무한한 힘을 앞세우며 큰소리 쳤으니
어느 누군들 씁쓸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무슨 겸손한 양심고백하는 수도자처럼 그러고 싶어서나
인간이 가진 어쩔수없는 약함을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랑하려는
고단수 놀이 같은 걸 하고 싶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세상엔 그저 조용히 평안하고 잠잠히 하늘과 이웃을 섬기는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은걸 너무도 잘 아는데 새삼 뭔 모르는 사람처럼,
오늘 밤은 우울증이 좀 심하게 도지는걸까?
자꾸만 그리운 나라, 그리운 하늘이 눈물겹게 멀게 느껴진다.
현실과 무관한 일도 아닌것 같다.
책을 만들어 내놓고 또 누군가의 귀한 재물을 축내고 있다.
지금까지도 기적이라고 하고도 남는데 내가 무슨 더 큰 기적을 보아야 할까?
그런데도 미안하고 안했어야할 기적을 또 보겠다고 일을 벌린것 같다.
그게 마음에 걸린걸까? 잠을 이룰수없어 누웠다 다시 일어나기를 세차례,
왜 그랬을까?...
만약 쌓인 책 때문에 여러 사람이 속상하고 하나님이 핀잔이라도 받게되면?
그건 하나님이 모자라서일까? 아님 순전히 내 욕심때문일까?
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님을 내 머리도 알고 영혼도 안다.
그럼에도 감정은 자꾸만 나를 긁어댄다. 평생 그래왔던 것처럼...
나의 진정 소원은 그저 시골 먼 수도원의 어느 문간방에서 자고 먹으며
수도자들의 기도시간에 뒤쪽 끝에 앉아 기도드리다 피곤하면 몰래 나오고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이면 고단해 떨어져 자는 그런 사람으로 그냥 살다가고 싶다.
물론 불평 투덜거림을 엄청 해대면서~
이건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고급스러운 배역이다.
웃으면서 살아내야 하는 당위성과,
울 수밖에 없는 처지와 소심한 성품을 가진 내게는...
근심하지말자. 근심하지말라. 종일토록 새기다가
조각칼 끝하나 날이 뚝 부러져버린 느낌이다.
다들 잘 해나가시는 희망의 열차에 올라탄 철부지처럼...
몸을 망치지 않으려고 애써 자려고 들어왔지만 만만치가 않다.
우리 아이들이 나의 이런 심정을 다 안다면 뭐라고 할까?
신앙심으로 무엇이든 감사할 수 있다고 허구헌 날 노래부르더니
꼴 좋다고 할까? 아님 그래도 아빠는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줄까?
하긴 그것들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이고 아부지! 저 혼좀 내시고 맘 약해지지 않도록 신기한
그 무슨 힘좀 푹푹! 좀 주세요.
진짜 감당이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