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가는 길/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

왜 잠잠히 사랑하시는지...'

희망으로 2011. 8. 21. 14:26

'왜 잠잠히 사랑하시는지요?...'


휠체어에 실린 사람들,

코에 호스를 꽂고 테이프로 이리저리 붙인 사람,

수액이랑 항생제, 수혈중인 혈액봉지까지 링거에 달고

그야말로 부상자 집단같은 모습의 병원예배 구성원들


여기저기서 울음을 참느라 흐느끼는 소리

아슬아슬 가는 실자락을 잡은 듯 다급한 기도소리

그저 멍하니 표정없이 앉아 있는 사람...


이 패잔병 같기도한 무리들을 데리고 

하나님은 무슨 큰 전쟁을 치러내시겠다고 작정하신걸까?

세상을 뒤덮은 악한 영과 그 조정을 받는 악한 집단들과...


...아부지, 이거 아무리 보아도 좀 무린데요?


뭐 힘센 사람도 안보이고, 

행색이 좀 넉넉한 사람들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신념에 찬 일당백의 전사같아 보이지도 않고,


하긴 돌아보니 삐까번쩍하는 큰 교회를 도통 다녀본 적이 없는 나는

오래전 청년기에 다닌 상계동 교회는 맨 철거민들 투성이로

밭에 벌판에 비닐하우스 집에서 사는 사람도 많았고,

거의가 그날 벌어먹는 행상에 날품팔이 생활이 대다수 였지요.

우편배달을 하시는 분이 가장 부러운 직장인이었으니...


결혼시기 때 다닌 안산교회는 외국인근로자와 노동자들이

걸핏 해고와 실직, 부상으로 돌아가며 한숨짖고 울기 일쑤였고

십여년이 넘게 다닌 시골교회는 늙어가는 인생의

신앙마무리를 지켜보는 무기력의 배움터였습니다.


반년쯤 머물렀던 기도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신적 문제와 질병,

혹은 사람사이의 갈등으로 온통 힘들어하는 사람들 투성이였고,

여러 병원에서 드리는 예배에서조차 대부분 지치고 망가진

정말 용맹한 주의 군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습니다.


하기사 예수의 제자들과 초대교회 성도들도 뭐 별 다름이 있었나요?

힘없고 약하고, 가난하고 죄투성이에 권력도 없고, 

희망조차 없기 십상인 무리들이 아니었던가요?  


어떤 것이 참기 쉬울까요?

어떤 것이 더 견디기 힘든 걸까요?

한번에 천둥 번개와 함게 쏟아지다 딱 멈추는 소나기와

밤낮 석달 열흘 넘도록 오다 안오다, 

때도 시도 없이 오는 비, 두 가지 중에...

 

신앙의 위기는 두번째 경우에 많이 옵니다.

한번에 우당탕! 죽든지 살든지 결판나버리는 전쟁이 아니고

24시간, 1분1초도 안심못하며 노리는 일생 동안 벌어지는 전투!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아서

멱살이나 허리춤을 잡고 사생결단을 낼 수도 없는 상대,

그렇지만 마음과 영혼으로 스며들어 불안과 외로움, 

미움과 욕심을 일으키는 안보이는 흑암의 세력과 

싸우며 가는 장편드라마입니다.


그러니 한 번 화끈하게, 폼나게 요란하게 퍼부어주고 생색내는,

그런 사랑으론 도대체 해결이 안될 수밖에...


오늘 주일예배에 주신 말씀은 이랬습니다.


'...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라는 스바냐 3장17절 입니다.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즐거히 부를정도인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이

'잠잠히...'랍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일생을 한시도 눈떼지 않고 해주실 사랑은 

'잠잠히'가 맞습니다. 그말씀은 '변함없이' 라는 뜻과,

남의 눈을 의식한 보이기도 아니고, 주는 사람 기분내는 그런 것이 아닌

가장 하나님다운, 기쁨을 참지 못하는 분이 주실 현명한 사랑입니다.


이 별 도움도 안될 연약하고 병들고 가난한 무리들을 끌어안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딸이다! 선언하시고 베푸는 진짜 어버이의 사랑!

세상의 아비어미도 약한 자녀를 더 사랑하는 법이니 하물며 하늘 아버지인데...


왜 하나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을 최고 부자로, 슈퍼맨같이 건강하게, 

모든 사람의 최고 꼭대기에 존경받도록 안만드시는지를 조금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 아니면 가까이 오지 않을 사람에겐 주시고,

그것 때문에 더 가까이 오지않고 멀어질 사람에겐 안주시고,

안주면 더 깊어지고 더 강하게 결속할 자녀에겐 전혀 안주십니다.

진짜 각각 사람에게 맞춤 사랑으로 주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잔을 피해서 넘어가게 하지 않았고,

바울에게도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병을 고쳐주지 않았고,

숱한 장애와 질병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힘을 더욱 증거한 사람과

죽음을 기어이 보게한 순교자들을 만드신 것일겁니다.


힘 없어서,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늘 이 구절 하나가 더 마음에 남아 따라옵니다.


'내가 곤고하고 가난한 백성을 네 가운데에 남겨두리니 

그들이 여호와의 이름을의탁하여 보호를 받을지라' 

- 스바냐 3장 12절


저도 여호와의 이름을 의탁하여 보호를 받기 원합니다.

이 세상에서만이 아니라 더 바라는 다음 영원한 세상을 위해서라도!

하여 곤고하고 가난한 백성임을 절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금씩 은총으로 받아들일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