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난 당신 덕에 천국 갈거야!

희망으로 2011. 8. 2. 00:17

난 당신 덕분에 천국갈거야!

아내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눈치입니다.
며칠을 통증과 불안으로 지내며 당장 지금이 힘든데
별 도움이 안 되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나봅니다.

‘이 판국에 천국은 무슨 천국... 그게 무슨 말이야?’ 
마치 그런 표정입니다.

‘애들이 내 본색을 다 알아버렸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성질 급하고 팩팩거리며 수시로 화내는 거 두 놈은 다 안다고!’

그렇습니다. 
바깥에서 칭찬 듣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칭찬듣는 사람도
정작 집에서 아내나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24시간 온갖 성질과 행태를 다 보이며 살다보면 존경은 쪼매~~~

나도 그 평범한 통계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 딸도 툭하면 제게 다짐받습니다.
‘아빠! 절대 화내지마?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이해하면서 따지면 화낼 사람 몇이나 있다고??....

제가 좀 다혈질에 경상도 남자라 화를 폭발하는 스타일이라
아이들이 옆에서 보기에도 공평하지 않았나보입니다.
그런데 개뿔이나, 존경은 가당치도 않지요...

그런 제가 집사람 덕분에 천국은 몰라도 
최소한 지옥은 안 갈지도 모른다고 지금 말하는 겁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심정적으론 열두 번도 마음 먹는 
아내도 알고 나도 압니다.
가끔은 솔직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덜컥 이 땅을 떠나 불려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이 성질 급하고 아무 때나 화를 불쑥 내는 제가 어떻게
지옥은 안 갈지도 모른다.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건 순전히 아내가 지독히 억울(?)하게 아픈 덕입니다.
내 스타일에 집사람만 안 아프면 온 세상이 날 위해 있는 것 같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가며 살게 뻔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사는 스타일을 비웃으며 으쓱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있으나마나한 생명체를 하나님이 좋아하실리 없습니다.
그러니 남의 도움으로 목숨도 유지하고, 쌓인 피로도 풀어가며...
죽을 때까지 큰소리 한번 못 치게 몰아넣습니다.

그런데 참 기분 묘하게 
그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이 시한부 세상에 지맘대로 살다가 떠나게 내버려두면?
뻔하지요 뭐, 땅의 후손이나 이웃은 물론이고, 
하늘조차 ‘저런 자기만 아는 인간 좋은데는 못갈거야!’
이렇게 욕을 퍼부어대면 그게 잘되는거 아니지요?
완전 지옥이 따로 없는 상황이 되는거지요. 영원히...

그러니 나를 불쌍히 여긴 하나님이 아예 그런 길 가지도 못하게
미리 발목을 묶어주신거지요.
...그런데 미안하게도 그 대상으로 아내를 도구로 삼았습니다.
나도 모릅니다. 왜 아내를 그 도구로 삼았는지...
전 정말 그렇게 부탁도 안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었으면 생각하는 아내에게 제가 그랬습니다.
당신은 하나님이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중이야! 라고...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모양으로 몇 해를 사는 동안
주위 분들이 자신들을 비교하며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너무 불평하던 생활을 바꾸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자기 가진 것을 우리를 돕겠다고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게 하나님이 바라시는 방법이신지...

어찌되었던 그런 도구로 사용되는 사람이 
이 지상생활이 끝나는 대로 하늘나라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힘들고 외롭던 세상을 떠난다는 그 자체로도~!!
마치 국방부의 시계는 기합을 받는 순간에도 가고 있다는 진리처럼,
힘든 군인들에게 하루씩 줄어드는 것이 희망이고 행복이듯,
살아온 고통의 날을 돌아보면서 더하면 슬프기만 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남은 고통의 날이 하루씩 줄어든다고 보면 
날마다 또 기쁘기도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덤으로 가는 나보다 고생을 버티는 당신이 
훨씬 상이 커지 않겠냐고, 그러니 끝까지 잘 이기자 그랬지요.
시한부의 세월인 이 기간을 못 견디고 판을 깨서
영원히 고통에 빠지는 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할거라고...
이제까지 버틴게 아까워서라도,

성경의 사랑받은 사람들도 다 고난과 시련을 받았습니다.
다윗, 요샙, 야곱, 세례요한, 예수님 조차도...
바울은 인간의 시각에서 온갖 장점을 다 갖추고도 
그 모든 기득권을 쓰레기처럼 버린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더하여 치명적인 병을 주고 
은혜가 족하다고 치료도 안해주었습니다.
만약에 그 모든 자격에 외모와 건강까지 주었어도 
정말 스스로의 절제로 나중의 바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조차 잔을 피할 수만 있으면 치워달라고 피땀기도를 했지요.
우린 그 분들보다 못하니 징징울고 죽고싶다고 하는거 더욱 당연하지요.
하지만 이것도 하나님이 선택하신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복이라고...
나중에 받을 상을 위해 미리 고난을 주셔 단련시키고 
죄를 덜 짓게 하려는 배려라고, ...맞는말인지 모르지만요. 

우린 어차피 우리의 생명을 우리가 원하는 데로 조정하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오겠다고 온 사람도 없고,
어디에 어떤 신분으로 태어나겠다고 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럴 수 있다면 애당초 이렇게 아프지도 않았을테니...
,
그렇다면 주인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고 용도로 사용되다가
버려지면 버림받는 거지 별수가 없지요.
그러나 늘 극한 상황에서 건지시는 경험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그런 슬픈 예상은 안 할 수 있어집니다.  

부디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다가 
영원한 세상에서는 지금보다 행복하고,
이 참고 버틴 수고들이 잘했다 칭찬 받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실 이 땅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사를 듣기도 하지만,

깊은 통증과 시름에 빠진 아내에게 
내게 들려주신 하나님의 비밀을 전해주느라 
한참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 믿음들이 잘못 들은 환청은 아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