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사랑없이 난 못살아요!

희망으로 2011. 6. 10. 09:49

사랑은 두근거림, 설레임

 

새벽 세시,

가늘게 앓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머리에 열이 오르고 등짝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음악회로 힘들었던 몸에 하루 지나 다시 일산 국립암센터까지

외래 진료를 다녀오느라 7시간을 앉아 있더니 몸살이 났다.

어제도 종일 치료를 다 포기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었고

수시로 침대에 올라 앉아 팔다리를 주물렀다.

다른 때는 삼십분만 지나도 힘드니 그만하라던 집사람이

두 시간이 지나도 그만두라고 말을 안 한다.

온 몸이 쑤시고 뼈마디마다 통증이 온다더니 많이 아픈가보다.

 

그만두라고 말을 안 하네?’

마음은 그러고 싶은데 몸이 말을 못하게 하네, 미안하게...’

됐어, 얼마나 아프면 그러겠어! 시원하니 가만있겠지

 

나도 힘이 들긴 하지만 아픈 몸이 좀 시원하다니 난 괜찮다.

남들 잠깨울까봐 살금살금 물수건을 찬물에 담가 와서 머리에 올리고,

선풍기를 틀어 등을 말리고 팔다리를 주무르다보니 날이 밝아온다.

그동안 간호사가 두 번 와서 열을 재고가고 아침 밥 차가 왔다.

속이 울렁거려 밥을 먹지 못하고 밀어 놓고 같이 굶고 있다.

같이 먹어주지 않으면 식사를 잘 못해서 가능하면 함께 먹어야한다.

그사이 몸에 열이 내리고 좀 시원해졌는지 못잔 잠이 몰려와서 잠들었다.

나도 고단하고 졸려서 눕고 싶지만 다들 일어나 움직이는데 눕기도 그렇다.

 

잠든 아내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참 안쓰럽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몸살로 쑤시고 저려도 스스로 돌아누우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더 저리고 힘들어 한다. 다리를 당겨 꾸부리는 것도,

펴서 내리는 것도 남의 손을 빌려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가끔씩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아내의 손을 잡으면 아직도 따뜻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내게 있다는 것이다.

잠이 들 때나, 자다가 깨었다 다시 잘 때 아내의 손을 꼭 잡아본다.

이 두근거리고 사랑스런 느낌이 내게 사라지는 날은 끝장이 나는 날일지도 모른다.

그 마음 없다면 이 불안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몇 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러고보면 이 마음이 아내에게만 느껴지는건 아니다.

딸 아이가 병원에 오면 먹이고 챙겨주고 하느라 몸이 고단해진다.

아내는 그런 나를 쉬라고 말리고 때론 핀잔을 준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이든 좀 더 주고,

아이를 기쁘게 편하게 해주고 싶은 의욕은 아이를 생각만 해도 힘이 나고,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가고나면 2-3일을 드러눕기도 하면서도 애를 쓴다.

 

그러나 이런 두근거림과 설레임이 비단 아내와 딸에게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어떤 때는 존경하는 분들에게도 느낀다.

무엇이라도 대접하고 싶고 얼굴이라도 보게될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 별로 큰 일도 아닌 것에도 신나고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좋아하는 음식, 가고 싶은 여행지, 자기 취향에 맞는 노래, 그것들을 생각만해도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레이기도 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 두근거림과 설레임이 있어 사랑이 가능할 게다.

 

사랑은 그래서 계산으로도 할 수 없고,

의무나 명령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일시적으로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끝까지 하기는 힘들 게다.

어느 정도까지야 할 수 있어도 마음을 다하여 하기는 힘들 게다.

보고 싶은 사람은 그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고,

그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만 들어도 온 신경이 집중하며 설레이게 된다.

 

날짜가 다가오니 마음 한구석이 자꾸 짠해지고 아프다.

로아를 하나님께 보내신 최간사님과 가족들의 마음이 떠오른다.

또 로아와 최간사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질 마음이 짐작되어져서...

사랑은 그렇게 징검다리처럼 건너 건너서도 마음을 건드리고 옮겨다닌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

 

그 보이지 않는 마음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슬퍼하기도 하고, 수학과 과학과 경제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오늘의 나처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처럼!

사랑의 이상한 법칙, 숨은 힘 때문에!

 

지금까지 그 사랑의 본질 때문에 사람들은 힘든 일도 극복하고

아무리 큰 어려움도 이겨내고 희망을 기다리며 살아냈다.

그 본질이 하나님이란다. 그래서 하나님이 오늘날까지 우리를 붙들고,

우리 때문에 기쁨을 참지 못하시며 안고 오셨나보다.

 

결론은

사랑 없이는 난 못살겠다.

사랑의 그 두근거림과 설레임 없이는 단 하루도 못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