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대로 보다가 민망해진 날!
날이 계속 흐리고 간간히 비를 뿌려서 빨래를 말릴 수 없다.
근처를 뒤져서 알아 놓은 빨래방으로 탈수를 마친 빨래를 들고 가는 중이다.
건조기에 넣고 따끈하고 뽀송하게 말려서 들고 오는 길의 상쾌함을 꿈꾸며!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길건너 파리바게뜨 제과점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미녀가 나온다.
아니다 어린 아이가 곁에 종종 따라 걷는걸 보니 아가씨 같은 아줌마인가보다.
아이가 없었다면 열에 아홉은 미스라고 볼 수밖에 없는 날씬하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외모에 참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별 생각없이 돌아간 대각선 건너편
어떤 남자가 허름한 옷차림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슈퍼에서 비닐봉지를 하나들고 폼 안나게 편하게 걸어 나왔다.
영락없이 백수가 츄리닝입고 라면 사서 나오는 느낌이다.
방금 전 본 제과점에서 나온 세련되고 눈부신 미녀와 너무 대조적이다.
아! 갑자기 도시와 시골, 상류층과 서민층의 대비가 떠오른다.
소설에 나옴직한 두 개의 세계가 눈앞에서 펼쳐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무슨 뒤통수 맞는 상황인가??
종종거리며 길가에 세워둔 차로 간 아이가
슈퍼에서 나온 백수풍 남자에게 뛰어가 안겼다.
그사이 신호가 들어와 길을 건너던 내 귀에 찬 얼음물 한바가지가
등짝에 부어지는 아찔한 멍멍함으로 들렸다.
"아빠! 엄마가 빵 샀어!"
조금전까지 저 두사람은 하늘과 땅,
아님 도심의 아파트와 시골의 농가집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이질적 줄거리의 주인공처럼 상상하며 혀를 찼는데...
동화라면 최소한 궁전의 왕비와 시종쯤으로 나와야 격이 맞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현대 소설을 한편 쓰야할 판이다.
가족밖에 모르고 죽어라 일하는 가장 남자와
사랑때문에 가난하지만 성실한 남자에게 시집 온
전직 부자집의 딸 정도로...
사람을 외모로 보지말라는 주구장창 많은 이들의 가르침을
늘 맞는 말씀! 이라고 열올리며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살아온 내가
제대로 한방 맞았다.
첫인상이라는 눈에 보인 느낌 때문에 얼마나 선입견 편견을 바꾸느라
고생하며 서먹하게 사람을 사귀며 살았는지 번번히 후회했으면서도
오늘은 뭐라고 변명을 한마디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당했다.
마태도 세리였고 삭개오도 세리였다.
막달라도 일곱귀신이 들렸었고
마리아는 몸을 파는 여자였다
베드로도 고기나 잡는 비린내 풍기고 다니는 어부였다.
그들이 어떤 열정과 순수한 사랑의 바탕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상관없이
그들을 눈에 보이는 직업이나 지위로 첫인상을 가지고 살아갔다.
사마리아인들은 태어난 곳 위치 하나로 출생부터 이방인이고
죄인으로 종종 손가락질 받았다.
문둥병은 피부에 생긴 병이건만 그들이 당해야 했던건
피부가 아니라 마음이었고 영혼에 찔리고 멍들어야 했다.
우리는? 나는??
아내는 뛰뚱거리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뭉개는데
집도 살림도 다 날리고 직장도 수입도 없이 살아가는 나는?
겉으로보면 영락없는 버러지나 세상을 축내는 무용지물 생명이다.
얼마나 한심하고 외면하고 싶은 모습이겠는가
근데도 나는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고
말로 재판하고 내 기대로 자를 들이대며 분류를 하며 산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폴 발레리는 경고를 했다.
하나님을 만나고, 우리에게 원하시는것을 생각하면서
생각하는대로 삶을 끌고 가야지 된다는 뜻일게다.
안그러면 배고픈대로, 졸린대로, 몸의 충동이 오는대로
가리지 않고 자기 위주로 그때그때 살게 된다는
경험의 말이었을게다.
그러다 나중에는 그걸 합리화하고 변명하느라
생각을 뜯어 맞추고 궤변을 하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힘이 세다
좋은 생각은 사람을 바꾸고
잘못된 생각은 사람을 망친다
생각에도 차원이 있고 품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